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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

보르도 특급와인을 초라하게 만든 와인, ‘르뺑’

영국의 멘체스트의 한 고급레스토랑에서 손님이 보르도 특급와인을 주문했습니다.

보르도 특급와인은 5등급으로 분류하며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샤또 딸보’는 4등급입니다.

손님은 보르도 특급와인 2등급인 ‘샤토 피숑-롱그빌(Château Pichon-Longueville)’을 주문했습니다.

부유하거나 와인에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면 주문하기 어려운, 한 병 40만원 정도의 이미 비싼 고급와인을 주문한 셈입니다.

그런데 그날 손님은 엄청난 행운을 누립니다.

그 와인보다 무려 17배나 비싼 와인을 마시게 됩니다.

종업원의 실수로 라벨이 비슷한 2001년 산 ‘르뺑(Le Pin)’을 서빙하는 엄청난 실수를 범합니다.

그 레스토랑에서의 가격은 600만원(4,500 파운드) 정도였습니다.

얼마 후 이 엄청난 실수를 알아차렸고 주인은 그 종업원에게 좋은 말로 마무리합니다.

문제의 두 와인 (BBC 캡쳐)
이 뉴스는 와인 업계만이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 주요 신문에서 다루었을 정도로 와인에 관한 특별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이미 샤또 피숑-롱그빌에 관해선 이미 마셔보았거나 아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와인을 좀 마신다는 분조차 ‘페트뤼스’는 알지만, ‘르뺑’까지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인지도에서 페트뤼스보다 뒤처짐에도 페스뤼스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르뺑은 샤또 라투르, 샤또 무똥-로칠드 등 보르도 최고 와인을 초라하게 만드는 가격입니다.

이 해프닝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르뺑’에 관해 궁금해하고 이름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비싼 르뺑 와인의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르뺑 와인에 관하여
르팽 주인, 자크티엉퐁 씨
르뺑을 이야기하기 전, ‘티엉퐁(Tienpont)’에 관해 잠깐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티엉퐁 패밀리는 벨기에 출신으로 오래 전부터 와인사업에 종사했습니다. 그러면서 20세기 초부터 보르도의 와이너리를 인수하거나 일을 하며 티엉퐁 패밀리의 와인 영향력을 넓힙니다. 포머롤의 ‘비유 샤토 세르텡(Vieux Château Certain)’ 역시 1920년 경 인수해 현재 포머롤 최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르뺑의 주인, 쟈크 티엉퐁씨는 비유샤또세르텡의 사촌의 권유로 현재의 르뺑 포도밭을 1980년대에 구입했습니다. 이미 오르가닉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고, 인수 후 좀 더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농사와 양조로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게 됩니다. 포도밭의 면적은 기껏 1헥타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은 포도밭이라 좀 더 전통적이고 구식으로 농사짓고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와인의 뛰어남은 포도밭 자체가 좋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이야기합니다. 페트뤼스 포도밭과도 아주 가깝습니다.

이 작은 포도밭에서 연간 생산되는 와인은 한 해 5~6천 병 내외입니다. 일종의 가라쥐 와인(Garage wine)이라 할 수 있으며 가라쥐 와인의 유명세에 한 몫을 한 셈입니다.

뛰어난 와인의 생산량은 많지 않고 찾는 사람은 늘어가며 가격이 상승하게 되어 결국 현재와 같은 엄청나 가격의 와인이 되었습니다.

르뺑은 보르도의 로마네콩티라 부르기도 합니다.

르뺑 와인의 개인적인 평가

저는 지인들 덕에 포머롤의 최고 와이너리의 주인들과 함께 와인을 시음한 적이 있습니다. 페트뤼스를 독점하고 있는, 포머롤 와인의 황제라 할 수 있는 쟝폴모엑스와 함께 페트뤼스를, 르팽의 자크팅엉퐁씨 가족과 함께 르뺑 집에서 몇 빈티지를 (화제가 된 2001년 포함), 현재의 르팽이 있도록 한 사촌과 함께 샤또비유세르텡을, 그리고 모나코 왕실이 가장 좋아하는 ‘샤또 벨-브리즈(Château Belle-Brise)를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마셨습니다.

포머롤의 최고일 뿐아니라, 보르도 최고의 와인들을 비슷한 시기에 맛을 보았기 때문에 이들에 관한 인상을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르뺑, 샤또 벨-브리즈, 비유샤또세르텡입니다.

페트뤼스는 이전부터 여러 빈티지를 마셔보았지만, 제 취향과는 매우 거리가 멀어 함께 비교하고 싶지 않은 것이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모든 페트뤼스를 마셔본 것이 아니기에, 운이 나빴던 것인지, 제가 마셨던 모든 페트뤼스는 지나치게 강하고 진했습니다. 다른 와인에서 찾을 수 있는 섬세하고 우아한 매력이 부족합니다. 전형적인 로버트 파커 취향의 와인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와인을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

비싼 와인이 좋습니다. 그러나 ‘반드시’는 아닙니다. ‘대체로’입니다. 확률적으로 더 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와인을 즐기고자 할 때, 오로지 ‘와인’만 생각한다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음식과 시간’을 와인에 포함한다면 와인에 들어가는 지출이 줍니다.

왜냐하면 적절한 음식이 있을 때 싼 와인이 비싼 와인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존중한다면 싼 와인이 고급 와인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유명하고 비싼 와인을 ‘막 와인’으로 마실 수도 있습니다.

와인을 이해하는 샵이나 바가 중용한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와인을 멍청하게 소비하는 방법

소위,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자처하는’ 와인애호가는 ‘유명한 와인’, ‘유명한 와인을 싸게 파는 것’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와인 외의 다양한 변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얕은 지식과 부족한 논리’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결국, 어느 순간 와인에 지치고 지출에 지쳐버립니다.

마치 와인도사인 양 ‘세상의 비싸고 좋은 와인은 다 마셔봤다’며, 더 이상 와인에는 관심 없다는 분들까지 있습니다.

와인을 술로 마셨을 뿐, 와인 본연의 역할인 ‘음식의 일부’나 ‘즐거움의 음료’로 즐기지 못했기에, 와인이 평생의 즐거움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소위 ‘해봤다’에 불과한 대상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와인을 배우고 즐기려면

와인을 이해하고 배우고 즐기려면 와인을 지식으로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음식과 시간을 이해하고 와인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와인을 사려면 많은 경험을 통해 ‘음식과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점원이 있는 곳에 가야합니다.

와인삽보다 대체로 더 비싸게 판매하는 와인바에 가는 이유는 바로 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와인바는 단순하게 ‘술 마시는 장소’ 이상인 곳이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현실의 와인바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와인바는 그렇지 않습니다.

와인의 경험만이 아니라, 음식과 시간을 이해하는 와인바를 찾는다면 행운일 것입니다.

201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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