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컨텐츠로 건너뛰기

Just a Glass of Wine

앤치즈 와인집

  • 와인
  • 메뉴
  • 예약
  • 와인이야기
  • 알림
  • 인스타
  • 영어

2019-01-24

와인 에티켓, 무엇이며 지켜야 하나

와인은 불편하다

최근 와인을 서빙하며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느낍니다. 와인이라는 것은 소주나 맥주와는 다른 또 하나의 술, ‘그냥 술’로 여기고 소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까다로운 절차를 따르거나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불편한 술로 여기는 분이 적잖음을 느낍니다.

일례로 와인을 서빙할 때, 대부분 손님은 잔에 손을 살짝 가져다 댑니다. 마치 의무인 것처럼 손을 대는 분이 많습니다. 손을 대지 않으면 옆의 동료가 손을 대도록 슬쩍 말하고 서로가 겸연쩍은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 경험하는 일련의 공통된 의식이 궁금해 몇 번 손님에게 손을 대는 이유를 여쭈었습니다. 대답은 햔결같았습니다. 그렇게 배웠거나 그렇게 하도록 주변에서 가르쳐 주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와인을 따르는 사람의 입장은 다릅니다. 와인을 따를 때 잔에 손을 대면 잔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에, 따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심적으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손가락으로 잔을 살짝이라도 움직이면 와인을 잔 밖으로 쏟게 됩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많지는 않지만, 몇 번 있었습니다.

이곳 와인이야기의 많은 주제 중 에티켓을 지킬 것인지 말 것인지에 관한 원론적이고 아주 기초적인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는 것은 와인을 앞에 놓였을 때 최소한 불편하고 거추장스런 대상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입니다.

와인은 유럽의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술이다?

와인은 유럽에서는 일상적으로 마시는 보편화된 술로 알고 계시는 분이 많습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닙니다. 서유럽에서는 일반적이라 할 수 있으나 독일부터 동쪽은 와인보다는 오히려 맥주나 보드카 등 독주가 더 일반적입니다. 영국은 최근 스파클링 붐이 일어나면서 와인을 더 많이 마시지만, 전통적으로 와인이 일반적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불과 2,3세기 전만 하더라도 와인이 일반화된 서유럽조차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귀족이나 성직자,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포도밭의 소유주는 영주나 귀족 혹은 교회 소유였으며 포도밭에 일하는 평민이나 하층민조차 일상에서 와인을 즐겼다하기는 어렵습니다. 노동의 댓가로 포도주를 받아 마시기 보다는 빵이나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재화가 필요했으며, 개인 소유의 작은 포도밭이 많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평민과 하층민에게 포도주를 일상의 음료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와인이 일상화된 것은 봉건제도가 없어지고 중하층민이 구매력 있는 재산을 소유하기 시작한 때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과 세상의 변화로 점차 더 많은 사람이 와인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프랑스는 와인이 보편화하여 상류층만이 아니라 중하층, 그리고 심지어 노숙자까지도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랜기간 동안 와인이 전 유럽에 번지고 생산되었지만, 온전히 유럽인이 보편적으로 즐긴 음료라 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일상에서 와인을 즐긴 계층은 귀족, 성직자, 부유층이라 할 수 있으며, 와인에 관한 에티켓은 이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집사나 하인에게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는 불편함이 없어야

와인 에티켓을 지킬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하며 조금은 장황한 계층 이야기를 꺼집어 낸 것은 와인을 마시고 즐기는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옛날, 와인을 마시고 즐기는 귀족이나 상류층에겐 ‘와인’은 식사를 즐기기 위한 음료일 뿐, 어렵고 벅찬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대상이 분명 아니었을 것입니다.

와인을 마시며 지켜야 할 예절이라면 와인이 아니라 오히려 테이블에서의 예절일 것입니다.

함께 식사하는 상대방이나 가까이에서 식사하는 사람에게 불편함이나 불쾌함을 유발하는 언해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와인을 즐기기 위해 신경쓰야 할 에티켓은 거의 없다 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즐기고, 비싼 와인에 큰 돈을 쓰기에 와인이 매우 중요한 사람에게는 와인을 신성시하고 엄격한 와인 에티켓조차 존재하기를 바라고 믿고 따라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와인도 술이자 음식의 일부일 뿐입니다. 단지 편하게 즐겨야 할 대상일 뿐이란 것을 받아들인다면 와인을 더욱 편히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와인 에티켓을 알고 지켜야 할 사람은 와인을 선정하고 서빙하고 시중드는 사람입니다.

에티켓은 서빙하는 사람이 지켜야 하는 것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생겨난 것도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특별하게 공부하거나 신경쓸 것 없이 음식과 술을 즐기기 위해 음식과 와인을 이해하고 아는 사람이 알아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샴페인을 소리 없이 조용히 열어야 한다는 에티켓은 함께 자리한 손님이 ‘펑’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와인 에티켓은 대부분 손님이 알거나 배워야 할 것이 아니라, 서빙하는 사람이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불편한 와인 관련 지식이 권해지거나 강요되어, 와인을 시작하고 즐길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기회를 박탈하거나 늦추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누구든 와인은 편히 즐길 수 있는, 특히 적당한 음식만 있어도 훨씬 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료일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열어 두길 바랍니다.

2019-01-24

Reader 상호작용

답글 남기기 답글 취소하기

이매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

© 2021 · 저스트어글라스오브와인 ⌇ 맛있는 와인,음식이 생각날 때